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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겉은 멀쩡해도 속앓이하는 사람, 생각보다 많죠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5-03-27

본문


 

 

 

"겉은 멀쩡해도 속앓이하는 사람, 생각보다 많죠"

['그럼에도 살아냅시다' 펴낸 우리들교회 김양재 목사]


"다들 내게 편히 산 것 같다지만 나도 이혼·자살 생각했던 때 있어
성경 묵상하며 고백하면 치유돼… 여성목회 아닌 '共感 목회'할 것"



"제가 겪어봐서 알아요. 다들 제 얼굴 보면 걱정 없이 편하게 살아왔을 것 같다고 해요. 그런데 이혼? 자살? 다 생각해봤어요. 그래서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압니다. 살다 보면 돌부리에 무수히 걸려 넘어질 뻔하지요. 그러나 성경 말씀을 묵상하면서 아픔과 괴로움 그리고 자신의 죄를 고백하면 진정으로 치유될 수 있습니다."

여성 목회자로는 드물게 출석 교인 1만명 교회를 이끌고 있는 김양재(65) 우리들교회 목사. 우리들교회는 성경 말씀을 묵상하는 QT(Quiet Time)와 죄 고백으로 유명하다. 교인들은 소그룹 모임인 '목장'에서 성경 말씀을 읽고 묵상하면서 자신의 삶을 털어놓는다. 부부간 불화, 고부 갈등, 자녀와의 충돌 등 온갖 세상사가 있다. 교인들이 허물을 털어놓을 수 있게 된 것은 김 목사 스스로 먼저 고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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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재 우리들교회 목사는“멀쩡해 보이는 사람도 내면엔 깊은 상처가 있는 일이 많다”며“성경 말씀이 자기 이야기라는 데 공감하고 치유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고운호 객원기자


  

김 목사는 30대 후반까지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4대째 모태신앙인 가정에서 태어나 서울대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의사 남편과 결혼했다. 남들이 부러워할 삶이었다. 하지만 속으론 그게 아니었다. 고교 때 아버지 사업이 기울어 학비, 생활비 벌어가며 대학을 마쳤다. 교회 일이라면 변소청소까지 도맡아 했던 어머니는 막내의 학업엔 무관심해보였다. 중매로 만난 남편과 시댁은 가부장적이었다. 피아노도, 외출도, 독서도 못할 분위기였다. 그런 호된 시집살이 중에 성경을 읽으며 하나님을 새롭게 만났다고 했다. "저 스스로 착하게,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는데, 그걸 인정받지 못한다는 데 대한 상처가 엄청났고, 한편으론 교만했던 것이죠. 그걸 내려놓게 됐습니다." 그러자 냄새나는 몸뻬차림이 그렇게 싫었던 어머니가 '삶으로 신앙을 보여줬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늘 "네 네" 쩔쩔매며 무서워만 하던 시어머니에게 "사실 미워했다"고 마음 터놓고 기쁘게 모실 수 있게 됐다. 그러던 중 남편이 갑자기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원래 목회를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성경 말씀을 묵상하며 얻은 은혜를 나누기 위해 2002년 자신의 집에서 기도모임을 시작했다가 점점 규모가 커져 휘문고 체육관을 빌려 예배를 드리다 2012년 판교에 교회를 짓고 휘문고와 판교를 오가며 예배드리고 있다.

김 목사가 최근 펴낸 책 '그럼에도 살아냅시다'(두란노)에도 자기 고백이 곳곳에 등장한다. 이 책은 창세기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다룬 '큐티 노트'. 40일 동안 끝 모르게 퍼붓는 비, 비 그친 후에도 계속된 기다림 속에서도 거듭 순종한 삶이다. 김 목사는 창세기 구절을 묵상하며 이렇게 적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처절하게 절망한 사람, 울 기력도 없도록 울어본 사람이 하나님의 은혜를 입습니다." 자신의 이야기이자 교인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 제목엔 작년 사업에서 2억5000만원 빚을 지고 자살을 생각하다 마음을 돌린 한 가장(家長)의 사연이 배어 있다. 우연히 우리들교회 벽에 걸린 플래카드에서 이 글귀를 접하고 보내온 가장의 처절한 이메일을 받은 김 목사의 답장은 "무조건, 한 번만 교회에 오라"였다. 김 목사는 "우리들교회에 온다고 해서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걸 쓸어버린 홍수에도 돌아오기만 하면 살리신 하나님처럼 신앙을 회복하고 가정을 회복하도록 도와드리려 노력한다"고 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전 '여성 목회'가 아니라 '공감(共感) 목회'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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